본문 바로가기

경제

소주 가격의 급격한 상승, 원인은 특이한 주세법과 독점 때문이라는데?

 
 
최근 소주의 가격 상승세가 무섭다. 어떤 사람들은 '소주 5천원 시대가 열렸다'는 거창한 표현까지 쓴다. 다른 주류에 비해 소주만 유독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대체 소주 가격이 더 많이 오르는 이유가 뭘까? 오늘은 소주가격 상승의 원인을 살펴보고, 앞으로 소주가격 전망은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려 한다. 
 


소주가격 상승의 원인

 

주세법에 따라 생산원가와 주류세 등 세금의 합으로 결정된다.따라서, 주류가격의 구조를 보면 가격을 상승시키는 2가지 요인을 쉽게 알 수 있다. 생산원가가 오르거나, 주류세가 오르거나.

주류 가격 = 생산원가 + 주류세 + 교육세 + 부가가치세 
 * 주류세 : 탁주,맥주는 생산량의 3.57%, 증류주는 생산원가의 72%, 발효주는 생산원가의 30%
 * 교육세는 주류세의 30%, 부가세는 생산원가+주류세+교육세 총합의 10%

 

최근 소주가격이 더 많인 상승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른 주종은 '생산원가'만 올랐는데, 소주는 '생산원가와 주류세'가 모두 올랐기 때문이다. 원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한국의 특이한 주류세 구조, 또 하나는 소주산업의 독점구조를 꼽을 수 있다.


원인 1. 한국의 주류세 구조

 

주류세 종류는 양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와, 원재료 가격에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로 구분된다. 

주류세 종류
① 종량세 : 출고되는 양(Quantity)에 주세율을 곱해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주세율은 정부가 정하는 바에 따라 바뀌며, 2023년 4월 이후 3.57%가 적용되고 있다. 적용 주종에는 막걸리 등 탁주와 맥주가 있다.  
② 종가세 : 생산원가에 주세율을 곱해 세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주세율은 증류주가 72%, 발효주가 30%다. 

 

주세법에 따르면 맥주, 막걸리는 생산원가가 올라도 주류세는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증류주, 발효주는 생산원가가 오른 만큼 주류세도 오르게 된다.

 

소주는 증류주로 분류된다. 생산원가가 오르면 곧바로 주류세가 오르는 구조다. 이런 이유로 소주 가격이 맥주, 막걸리보다 더 빠르게 오르게 되었다. 

 


원인 2. 소주 산업의 독점구조

 

소주의 원재료는 주정이다. 주정은 '에탄올'로 만든 일종의 알코올로, 옥수수나 사탕수수(원당) 등의 곡물로 만들기 때문에, 일단 곡물가격이 오르면 주정 가격이 오른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전쟁과 기후변화는 곡물가격을 상승시켰다. 우크라이나는 전세게 곡물 생산량의 4위를 차지한다. 러시아와 전쟁을 하면서 공급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한 2022년 2월을 기점으로 곡물가격은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기후변화로 일부 지역의 곡물 생산량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최근 10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곡물가격 상승은 피할수 없다. 문제는 소주의 원재료인 주정을 '대한주정판매'라는 회사가 독점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거다. 경쟁자가 없는 산업의 경쟁자는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다. 수요공급에 의한 가격 조정이란게 없다. 내가 정하는 가격이 곧 시장의 가격이 된다. 역시나 대한주정판매는 2023년 4월 주정 가격을 9.8% 나 인상했다. 소주의 생산원가가 하루 아침에 10%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앞서 소주의 주류세는 생산원가에 72%를 곱해서 산정한다고 했다. 생산원가가 10% 올랐다면, 주류세는 7.2%가 오른다. 수학적으로 단순 계산해보면 가격 상승률은 17.2%이 된다. 즉, 곡물가격 상승이 소주 원재료값을 증가시켰고, 소주가격이 큰 폭으로 인상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소주 가격은 어떻게 될까? 

 

 

정부에서는 주세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세금을 할인하는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개정되는 내용의 핵심은 '기준판매비율'의 적용이다. 기준판매비율이란 기존 주세에서 일정 비율만큼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것이다. 당장 종량세로 바꾸는 등 다른 방법이 없으니 일단 너무 많이 오른 세금을 어느 정도 깎아주겠다는 거다. 아직까지 국세청 심의가 남은 상황이지만, 기준판매비율은 최대 40% 이내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마트, 편의점 등 소매상점에서 구입하는 소주 가격은 일부 내림세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소주 5천원, 6천원 시대에 진입한 시점에서 이미 올린 술값이 그렇게 쉽게 진정이 될까? 앞으로 주세법 결정사항과 이에 따른 시장의 반응 등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거꾸로 보는 경제학(이진우)
내년부터 소줏값 내려가나… 주세법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아시아경제)